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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1 건국절..................

한겨레신문 사설입니다.


















한반도 남쪽에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이 슬그머니 건국절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건국 60년 기념사업단을, 5월에는 민관기구인 기념사업회를 꾸리는 등 건국절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려 했고, 친정부 언론이 이를 뒷받침하더니, 이번엔 재계도 여기에 가담했다. 어제 전경련은 청소년 수천 명이 참가하는 건국 60년 청소년 대장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적 합의가 요청되는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행태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 정부는 한 번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역사학계의 의견을 듣거나 학술토론회 한차례 열지도 않았다. 건국절은 법에도 없는 이름이다. 오로지 뉴라이트 계열의 소수 학자들이나 친정부 단체, 친정부 언론의 주장에 따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 학자나 단체는 일제 하의 독립운동을 평가절하하고, 일제의 병탄이 한반도에 근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역사적, 법적으로도 근거가 궁색하다. 헌법 전문엔 대한민국이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구세력은 물론 뉴라이트 계열이 국부로 떠받드는 이승만 대통령조차 정부 수립 당시 공식 연호를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민주국가가 처음으로 수립됐다는 것을 근거로 삼지만, 임정도 민주주의와 공화제를 국체로 삼았고, 입법·사법·행정 3부를 구성했으며, 독립전쟁을 위한 광복군도 운영했다. 국가 조직과 이념을 기준으로 삼아 건국절 운운할 순 없다.

게다가 건국절로 할 경우 역사의 왜곡은 불가피하다. 임정과 독립운동의 역사가 무시되거나 배제된다.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던 김구 선생 등 대다수 민족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의 활동도 무시된다. 대신 임정에 의해 탄핵당했고, 4·19 혁명으로 쫓겨났던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으로 추대된다. 독립운동과 4·19 혁명을 우롱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짓이다.

국가 운영은 회사 운영과 다르다. 대통령이라고 멋대로 결정하고 밀어붙여선 안 된다. 지켜야 할 민주적 원칙이 있고, 받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국민을 무시하다가 이승만은 쫓겨났다. 제발 국민 의견부터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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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불암산 트랙백 0 : 댓글 0